플라스틱 종류별 해양오염 영향 (PET, PP, PVC)
플라스틱은 20세기 중반 이후 인간의 삶에 필수적인 소재로 자리 잡았습니다. 가볍고, 가공이 용이하며, 비용이 저렴하다는 장점 덕분에 거의 모든 산업에 사용되고 있으며, 일상생활에서도 음료병, 비닐봉지, 가전제품, 의료기기 등 다양한 형태로 접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편리함 뒤에는 심각한 환경적 비용이 존재합니다. 매년 약 4억 톤에 달하는 플라스틱이 생산되며, 이 중 상당량이 해양으로 유입되어 해양 생태계에 심각한 피해를 주고 있습니다. 특히 플라스틱은 종류에 따라 물리적, 화학적 특성이 달라 해양오염에 미치는 영향도 크게 차이를 보입니다. 본 글에서는 주요 플라스틱 종류인 PET(폴리에틸렌 테레프탈레이트), PP(폴리프로필렌), PVC(폴리염화비닐)의 특성과 해양오염에 미치는 영향을 과학적, 사회적, 환경적 측면에서 심층적으로 분석합니다.
PET (폴리에틸렌 테레프탈레이트) – 음료병의 주범
1. 특성과 사용처: PET는 투명하고 가볍고 탄성이 좋아 주로 음료병, 포장 용기, 섬유 소재 등에 사용됩니다. 병물 브랜드의 대부분은 PET로 제작되며, ‘1번 플라스틱’으로 표시됩니다. 열에 약하다는 단점은 있지만, 재활용률이 다른 플라스틱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은 편입니다.
2. 해양 유입 경로: PET는 주로 도심에서 발생하며, 하천을 통해 바다로 유입됩니다. 특히 플라스틱 병의 뚜껑이나 라벨은 재질이 다른 경우가 많아 분리배출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으면 재활용이 불가능해지고, 이로 인해 단순 매립 혹은 유실됩니다. 바닷가에서 발견되는 플라스틱 쓰레기 중 상당수가 PET병입니다.
3. 해양환경에 미치는 영향: PET는 물보다 밀도가 높아 해수면 위에 떠다니지 않고, 시간이 지나면 해저로 가라앉아 퇴적됩니다. 이는 해저 생태계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며, 저서생물의 서식지를 오염시킵니다. 또한, PET는 햇빛, 염분, 물리적 마찰에 의해 미세플라스틱으로 분해되며, 이 과정에서 독성 첨가제(BPA, 안티몬 등)가 방출되어 해양 생물의 내분비계를 교란합니다.
4. 생물 축적 사례: 해양 조류, 어류, 패류의 체내에서 PET 미세입자가 발견된 연구들이 증가하고 있으며, 인간의 식탁으로 다시 돌아오는 순환고리가 형성되고 있습니다. 2021년 한국해양과학기술원 조사에 따르면, 동해안에서 잡힌 고등어의 40%에서 PET 계열 미세플라스틱이 검출되었습니다.
5. 개선 노력과 과제: 일부 국가에서는 PET병을 대상으로 보증금 반환 제도를 실시하고 있으며, 리사이클 PET(rPET)를 활용한 의류, 가방 등 업사이클링 제품이 확산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여전히 국내 PET병 회수율은 50% 미만이며, 다층포장재나 유색 PET는 재활용이 불가한 구조적 한계를 가집니다.
PP (폴리프로필렌) – 일회용품과 어구의 주재료
1. 특성과 사용처: PP는 강도와 내열성이 뛰어나며, 가볍고 저렴해 일회용 식기, 빨대, 포장재, 의료용품, 어업용 로프, 어망 등 다양한 산업 분야에 활용됩니다. ‘5번 플라스틱’으로 분류되며, 고온에서도 형태가 잘 유지되는 특징이 있습니다.
2. 해양 유입 경로: PP는 어업 활동 중 유실되거나 버려지는 경우가 많아, 주로 연안 해역에서 발견됩니다. 특히 폐어망, 폐로프 등은 바다 밑에 침적되어 해양 생물에 직접적인 피해를 주는 ‘유령어업(Ghost Fishing)’의 원인이 됩니다. 또한, 관광지에서 버려진 일회용 포장재, 빨대 등도 주요 유입 경로입니다.
3. 해양환경에 미치는 영향: PP는 물보다 밀도가 낮아 해수면에 부유하며, 해류를 따라 장거리 이동합니다. 이는 해양 생물의 섭식 경로에 쉽게 노출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거북, 해양포유류, 어류 등은 PP 조각을 먹이로 오인해 섭취하며, 이는 장기 내막 손상, 포만감 유도에 의한 영양실조, 심한 경우 질식사로 이어집니다.
4. 미세플라스틱 발생 특성: PP는 자외선에 매우 취약하여 짧은 시간 내에 미세플라스틱으로 분해됩니다. 분해된 입자는 대체로 구형이며, 직경 수 마이크로미터 이하로 분해되어 해양 부유물에 쉽게 혼합됩니다. 특히 플랑크톤은 이러한 미세입자를 섭취하여 먹이사슬 상위로 독성 축적을 유도합니다.
5. 회수 및 대안 정책: 폐어구 수거사업, 어구 보증금제, 생분해성 어구 보급이 시행되고 있으나, 어업 현장의 인식 부족과 비용 문제로 정착률은 낮습니다. 환경 NGO들은 ‘해양 플라스틱 맵핑’ 프로젝트를 통해 주요 해역의 PP 오염 데이터를 시각화하고 있습니다.
PVC (폴리염화비닐) – 해양 독성의 상징
1. 특성과 사용처: PVC는 내수성, 절연성, 내화학성이 뛰어나 건축 자재(배관, 창호), 전선 피복, 의료기기(수액 백, 튜브), 인조 가죽 등으로 널리 사용됩니다. 단단한 형태와 부드러운 형태가 모두 가능한 범용 플라스틱이며, ‘3번 플라스틱’으로 분류됩니다.
2. 환경적 위험성: PVC는 가공 시 다량의 화학 첨가제를 필요로 합니다. 특히 가소제(DEHP), 안정제(납, 카드뮴 등 중금속), 염화비닐모노머(Vinyl Chloride Monomer)는 심각한 독성 물질로 분류되며, 환경 중에 유출될 경우 생물의 신경계, 생식기, 면역계에 영향을 미칩니다.
3. 해양 유입 경로: 건축 폐기물, 산업 쓰레기, 의료 폐기물 등에서 유출되며, 매립지에서 빗물에 의해 바다로 흘러들어 가거나 불법 투기를 통해 직접 유입됩니다. 국내에서는 대형 침적 쓰레기의 30% 이상이 PVC 재질로 보고된 바 있습니다.
4. 미세플라스틱 문제: PVC는 다른 플라스틱보다 상대적으로 분해 속도가 느리지만, 파편화될 경우 입자 내의 독성 첨가제가 그대로 보존됩니다. 이로 인해 생물 체내 축적 시 더욱 높은 독성 반응이 유발됩니다. 특히 갑각류, 조개류에서 PVC 계열 미세플라스틱이 검출된 사례에서는 암 유발 물질이 함께 발견되기도 했습니다.
5. 처리의 어려움과 정책 부재: PVC는 소각 시 다이옥신 등 발암물질을 방출하기 때문에 처리 자체가 어렵습니다. 재활용률도 10% 미만이며, 많은 국가에서 사용 자체를 제한하고 있습니다. 한국 역시 의료 폐기물 및 산업 폐기물 처리 과정에서 PVC의 적정 관리가 중요한 환경 이슈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결론: 플라스틱의 종류별 해양위험성 인식과 대응
플라스틱은 그 종류에 따라 해양오염에 미치는 방식과 강도가 다릅니다. PET는 하천 및 도시 폐기물의 대표로서 미세플라스틱 전환율이 높고, PP는 해양 활동과 관광 쓰레기의 핵심으로 생물 직접 피해가 크며, PVC는 환경 독성 측면에서 가장 치명적인 재질로 평가됩니다.
각 플라스틱에 따른 정책 대응도 맞춤형이어야 합니다. PET는 리사이클 효율을 높이고 회수 시스템을 강화해야 하며, PP는 어업 관리 및 생분해 대체 기술이 필요합니다. PVC는 사용 제한과 독성 모니터링이 우선되어야 하며, 중장기적으로는 사용 금지까지 고려되어야 합니다.
해양은 인간의 소비와 무관하게 존재하지 않습니다. 우리가 어떤 제품을 사고, 어떻게 버리느냐가 수천 킬로미터 떨어진 바닷속 생물에게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결국 그 피해는 인간 자신에게 돌아옵니다. 플라스틱에 대한 인식 전환과 제도 개선, 소비자 행동 변화가 동시에 이뤄져야 바다를 지킬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