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별 해양보호 정책 비교 (한국, 노르웨이, 호주)
지속가능한 해양생태계 보전은 이제 국제사회의 핵심 환경 과제 중 하나로 자리 잡았습니다. 기후위기와 해양오염, 남획 등 다양한 해양문제가 복합적으로 발생하면서, 각국은 해양을 보호하고 회복시키기 위한 독자적인 정책을 시행하고 있습니다. 특히 한국, 노르웨이, 호주는 각각 다른 지리적·경제적 배경 속에서 해양정책을 수립하고 있으며, 이들 국가의 정책을 비교해 보는 것은 효과적인 해양보호 전략을 구상하는 데 있어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합니다. 본 글에서는 세 나라의 해양보호 정책을 중심으로 법제도, 보호구역 운영, 시민참여 및 과학기반 정책 등을 비교 분석합니다.
한국의 해양보호 정책: 체계 확립 단계
한국은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해양국가로서, 전통적으로 어업이 중요한 산업이었습니다. 그러나 해양오염, 남획, 연안 개발 등으로 인해 해양 생태계의 건강성이 크게 훼손되었고, 이에 따라 정부는 2000년대 초반부터 본격적인 해양보호 정책을 도입하기 시작했습니다.
1. 법적 기반: 해양보호 정책의 중심은 「해양생태계의 보전 및 관리에 관한 법률」입니다. 이 법은 해양보호구역 지정, 해양보호생물 보호, 해양생태조사 등의 내용을 담고 있으며, 해양수산부가 주무 부처입니다. 이 외에도 「수산자원관리법」, 「해양환경관리법」 등이 유기적으로 연계되어 해양 보전을 지원합니다.
2. 해양보호구역 운영: 2024년 기준, 한국에는 약 40여 개의 해양보호구역이 지정되어 있으며, 대표적으로 제주 연산호 군락, 가거도 주변 해역, 울릉도 해역 등이 포함됩니다. 그러나 대부분 소규모이며, 실질적인 관리가 이뤄지지 않는 지역도 많아 '명목상 보호'라는 비판이 존재합니다.
3. 과학적 관리 및 예산: 한국은 최근 ‘해양생태계 건강성 평가’를 도입하여 전국 해역의 생태지수를 측정하고 있으며, 위성 및 드론 기술을 활용한 관측도 점차 확대되고 있습니다. 다만 관련 예산은 OECD 평균보다 낮은 수준이며, 전문 인력 부족 문제도 지속되고 있습니다.
4. 시민참여: 해양환경공단, 환경운동연합 등 NGO를 중심으로 해양정화 활동, 교육 캠페인이 확산되고 있지만, 전반적인 국민 인식은 낮은 편입니다. 특히 어업인과의 갈등, 지역 개발과의 충돌로 인해 정책 추진에 어려움이 많습니다.
종합하면, 한국은 해양보호 정책의 기본 틀은 갖췄지만, 실행력과 시민 참여, 장기적 전략 면에서는 여전히 개선의 여지가 많습니다.
노르웨이의 해양보호 정책: 과학 기반과 산업 연계
노르웨이는 북유럽의 대표적인 해양국가로, 세계 최대의 해양자원 보유국 중 하나입니다. 특히 수산업과 에너지 산업(해상 석유, 가스)이 주요 산업임에도 불구하고, 철저한 규제와 과학적 관리로 해양보호와 산업활동의 균형을 성공적으로 유지하고 있는 국가입니다.
1. 법제도: 노르웨이는 1980년대부터 해양환경 보호를 위한 법률을 수립해왔으며, 「해양관리법(Marine Resources Act)」과 「자연 다양성법(Nature Diversity Act)」이 핵심 법률입니다. 이 법들은 해양 생물 보호뿐만 아니라 생태계 기반 어업관리(EBFM) 개념을 명문화하고 있습니다.
2. 해양보호구역: 2023년 기준 노르웨이는 전체 해역의 약 20%를 보호구역으로 지정하고 있으며, 대부분은 생물다양성 보전과 어업 관리 목적을 동시에 가지고 있습니다. 특히 로포텐 제도 인근은 중요한 산란장으로 완전 보호구역으로 지정되어 상업어업이 금지되어 있습니다.
3. 과학기반 정책: 노르웨이는 국립해양연구소(IMR)를 중심으로 해양 모니터링, 자원 평가, 정책 자문을 체계적으로 수행하고 있으며, 데이터 공개와 정책 투명성이 매우 높습니다. AI와 위성 기술을 이용한 실시간 자원 관리 시스템도 운용 중입니다.
4. 산업 연계: 가장 큰 특징은 산업과의 연계입니다. 노르웨이는 수산업과 석유 산업에서 발생하는 수익의 일부를 해양보호기금으로 환류시키며, 관련 기업들도 해양보호에 책임 있는 투자를 의무화하고 있습니다. 또한 어업 할당량을 과학자들이 결정하고, 어업인과 정부가 공동으로 집행하는 ‘참여형 어업관리’가 정착되어 있습니다.
노르웨이의 사례는 해양보호가 경제성장과 충돌하는 것이 아니라, 장기적 성장 기반이 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모델입니다.
호주의 해양보호 정책: 대규모 보호구역 중심
호주는 세계 최대의 해양보호구역(MPA) 운영 국가 중 하나로, 특히 세계자연유산인 대산호초(Great Barrier Reef)의 보호 정책은 국제적으로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 해양관광, 수산업, 연구 등 다양한 분야에서 해양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은 만큼, 호주는 매우 선진화된 해양보호 시스템을 갖추고 있습니다.
1. 해양보호구역 시스템: 호주는 전체 해역의 약 36%에 달하는 구역을 해양보호구역으로 지정하고 있으며, 보호 수준에 따라 완전 금지구역, 어업제한구역, 다중이용구역으로 세분화하여 운영합니다. 대산호초 해양공원은 약 344,400㎢에 달하는 세계 최대 규모로, 다양한 과학 기반 관리 기법이 적용되고 있습니다.
2. 법제도: 「환경보호 및 생물다양성 보전법(EPBC Act)」은 호주의 해양보호의 근간이 되는 법률로, 모든 개발 및 어업 활동에 대해 환경영향평가를 의무화하고 있습니다. 또한 해양공원청(GBRMPA) 등 전문 행정기관이 독립적으로 정책을 수립하고 시행합니다.
3. 시민참여 및 교육: 호주는 시민과 관광객 대상의 해양환경 교육이 매우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으며, 스노클링 전 교육 의무화, 청소년 해양과학 캠프, 리프 가디언 프로그램 등이 대표적입니다. 특히 관광업과의 협업을 통해 경제적 이익과 환경보호의 선순환을 실현하고 있습니다.
4. 국제협력: 호주는 태평양 도서국가들과 해양보호 연합체를 구성하고, 국제회의에서 적극적인 해양보호 의제를 주도하고 있습니다. 2030년까지 전체 해양의 50%를 보호구역으로 지정한다는 국가 목표도 설정된 상태입니다.
호주의 정책은 '넓고 깊은 보호'를 지향하며, 해양생물 보호는 물론, 관광·교육·연구 등 다양한 분야와의 융합을 통해 정책 효과를 극대화하고 있습니다.
세 국가의 해양보호 정책은 각각의 환경과 사회구조에 따라 차이를 보이지만, 공통적으로 ‘과학 기반의 관리’, ‘법제도 정비’, ‘시민 참여 확대’라는 핵심 원칙을 공유하고 있습니다. 한국은 노르웨이의 산업 연계 전략과 호주의 대규모 MPA 운영 방식에서 많은 교훈을 얻을 수 있으며, 단기적 실적이 아닌 장기적 관점에서 해양 생태계 회복을 바라봐야 할 시점입니다.
바다는 국가의 자산을 넘어 인류 공동의 자산입니다. 비교를 넘어 협력과 연대의 관점에서, 글로벌 해양보호 연대가 더욱 강화되어야 하며, 우리는 그 흐름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