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바닷속에는 수천 종의 해양생물들이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러나 인간의 활동으로 인해 이들 중 많은 종들이 멸종의 위기에 처해 있으며, 실제로 매년 수십 종의 해양생물이 멸종하거나 멸종 직전 단계로 진입하고 있습니다. 해양 생태계의 붕괴는 곧 인간에게도 큰 위협이 됩니다. 먹이사슬 붕괴, 수산 자원 감소, 생태계 서비스 기능 상실 등이 그 예입니다. 이 글에서는 현재 가장 심각한 위기에 놓인 해양생물 TOP 10을 소개하고, 이 중 상괭이, 매부리바다거북, 산호초를 중심으로 생물들의 생태적 중요성과 보호 방안까지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1. 상괭이 – 한국의 토종 돌고래
상괭이(Porpoise)는 우리나라 서해안에 서식하는 소형 돌고래로, 국내에서 유일하게 자생하는 해양 포유류 중 하나입니다. 상괭이는 귀여운 외모와 온순한 성격으로 잘 알려져 있지만, 현재 심각한 멸종 위기에 놓여 있습니다.
상괭이의 최대 위협은 바로 ‘혼획’입니다. 혼획이란 어업활동 중 어망에 상괭이가 함께 잡혀 익사하는 현상을 말합니다. 특히 삼중자망이라는 어구가 주요 원인으로 지목되며, 이는 상괭이가 탐지하거나 빠져나가기 어려운 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해양수산부 통계에 따르면 매년 2,000마리 이상의 상괭이가 혼획으로 죽고 있으며, 이는 전체 개체 수의 약 10%에 달하는 수치입니다.
이 외에도 해양오염, 선박 소음, 서식지 파괴 등이 상괭이의 생존을 위협하고 있습니다. 특히 서해는 산업 단지와 항만이 밀집한 지역이 많아, 소음과 오염물질에 취약합니다. 상괭이는 청각에 의존해 먹이를 찾고 의사소통을 하는 생물이기 때문에, 선박에서 나오는 저주파 소음은 이들에게 치명적일 수 있습니다.
상괭이를 보호하기 위해 정부는 보호해역 지정, 혼획 저감 어구 보급, 폐사체 모니터링 강화 등의 조치를 취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아직도 어업인 인식 부족, 법적 제재 미비 등의 이유로 보호 효과는 제한적입니다. 현재 상괭이는 환경부 지정 멸종위기 야생생물 I급이자, 해양수산부 지정 해양보호생물로 관리되고 있습니다.
상괭이는 단지 보호해야 할 생물이 아니라, 우리 바다 생태계의 건강성을 나타내는 ‘지표종’입니다. 상괭이를 지키는 일은 결국 우리 바다 전체를 지키는 일이며, 이를 위해 시민과 정부, 어업인 모두의 협력이 필요합니다.
2. 매부리바다거북 – 바다의 방랑자
매부리바다거북(Hawksbill Turtle)은 전 세계 열대 및 아열대 해역에 서식하며, 산호초 인근에서 주로 발견됩니다. 이름처럼 매의 부리를 닮은 뾰족한 입이 특징이며, 화려한 등껍질은 오래전부터 인간에게 장신구 재료로 사용되어 왔습니다. 이로 인해 무분별한 포획이 이루어졌고, 현재는 국제자연보전연맹(IUCN) 기준 ‘CR(심각한 멸종위기종)’으로 분류되고 있습니다.
매부리바다거북의 생존을 위협하는 요인은 다양합니다. 첫째는 불법 포획입니다. 등껍질은 ‘거북 등판’이라고도 불리며, 일본을 포함한 일부 국가에서는 여전히 수요가 있습니다. 둘째는 서식지 파괴입니다. 매부리바다거북은 산호초를 주요 먹이터로 삼는데, 해양 온도 상승, 오염, 백화현상 등으로 산호초가 파괴되면 먹이 확보가 어려워집니다.
셋째는 인공조명과 플라스틱 쓰레기입니다. 거북은 해변에 올라와 알을 낳는데, 해안 개발로 인한 조명은 이들의 산란 행동을 방해하며, 부화한 새끼들이 바다 대신 도로로 향하는 문제를 일으킵니다. 또한 바다에 떠다니는 비닐봉지를 해파리로 착각해 먹고 질식하거나 소화 불량으로 죽는 경우도 많습니다.
국제적으로는 CITES(멸종위기종 국제거래협약)에 따라 상업적 거래가 금지되어 있으며, 다양한 NGO와 해양국가들이 산란지 보호, 인공부화, 위성추적 등으로 개체 수 회복을 시도하고 있습니다. 국내에서는 제주, 울릉도, 남해 일부 해역에서 간헐적으로 발견되며, 해양보호생물로 지정되어 있습니다.
매부리바다거북은 수십 년에 걸쳐 성체로 자라는 장기생존 종이기 때문에, 개체 수 회복에는 많은 시간이 필요합니다. 따라서 지금의 보호 활동은 향후 수십 년간의 바다를 위한 선행 투자라고 할 수 있습니다.
3. 산호초 – 바다의 열대우림
산호는 동물과 식물의 특성을 모두 가진 독특한 생명체입니다. 바닷속에서 고정된 채 살아가며, 수많은 미생물과 어류들의 서식처가 되는 산호초는 바다 생태계의 중심이자, '해양의 열대우림'이라 불릴 만큼 생물 다양성이 풍부한 지역입니다.
그러나 최근 수십 년간 산호초는 급속도로 사라지고 있습니다. 주된 원인은 수온 상승과 해양 산성화입니다. 온도가 섭씨 1~2도만 올라가도 산호는 공생조류인 ‘조류충’과의 관계를 잃고 백화(bleaching) 현상을 일으켜 하얗게 변하며 죽습니다. 2016년에는 호주의 대산호초 중 약 90%가 백화 피해를 입었습니다.
산호초 파괴는 단순히 경관의 문제가 아닙니다. 수천 종의 해양생물이 의존하는 복합 생태계가 무너지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또한 어업 자원 감소, 해안 침식 가속화, 관광 산업 피해 등도 함께 발생합니다.
산호는 성장 속도가 매우 느리며, 손상된 생태계를 회복하는 데 수십 년 이상이 걸립니다. 따라서 예방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방수 자외선차단제, 무분별한 스노클링, 해양 쓰레기, 폐기물 투기 등 인간의 일상 행동도 산호초에 큰 영향을 줍니다.
전 세계적으로 산호 복원 사업이 진행 중이며, 일부 지역에서는 인공 산호초 설치, 산호 유생 배양, 내열성 산호 선택 등의 기술도 도입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제주 연안에서 산호 군락 보호 및 복원 시범 사업이 시행 중입니다.
그 외 위협받는 해양생물 TOP 10
- 4. 듀공 – 해초를 먹는 초식 해양포유류로, 선박 충돌과 서식지 파괴로 개체 수 감소
- 5. 흰동가리(니모 물고기) – 산호초 파괴로 서식지 상실, 과도한 애완용 수출도 문제
- 6. 대서양대구 – 남획으로 인한 개체 수 급감, 회복이 더딤
- 7. 혹등고래 – 소음 공해, 선박 충돌, 기후변화 등으로 위협
- 8. 망치상어 – 지느러미 채취로 인한 위기, 국제 거래 제한 품목
- 9. 바다수달 – 기름 유출 사고와 해초숲 파괴로 생존 위기
- 10. 황제펭귄 – 해빙 면적 감소로 번식지 사라짐, 먹이 부족
이들 종은 해양생태계의 각 층위에서 핵심 역할을 하는 생물들입니다. 하나의 종이 사라지면 연쇄적으로 생태계 전체에 영향을 미칠 수 있으며, 이는 인간의 생존과도 연결됩니다.
해양생물 보호는 단지 '멸종 방지'가 아니라, 바다 전체를 건강하게 유지하고 지속가능한 미래를 보장하는 일입니다. 지금 우리가 선택하는 소비, 행동, 정책이 다음 세대의 바다를 결정합니다. 이 아름다운 생명들을 지키기 위해, 모두가 함께 행동해야 할 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