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북아시아에 위치한 한국과 일본은 지리적으로 인접해 있으며, 해양생물 보호와 관련하여 유사한 환경 문제를 공유하고 있습니다. 양국은 모두 풍부한 어족 자원을 기반으로 어업 활동을 활발히 해왔으며, 동시에 산업화와 도시화로 인한 해양오염, 남획, 서식지 파괴 등의 문제도 함께 겪고 있습니다. 이러한 공통점 속에서 한국과 일본은 각자의 방식으로 해양생물을 보호하기 위한 법적, 제도적 노력을 강화해 왔습니다. 본 글에서는 두 나라의 해양생물 보호 정책을 ‘규제’, ‘어업’, ‘정책 프레임’이라는 세 가지 키워드를 통해 비교 분석함으로써, 지역 차원의 지속 가능한 해양관리 전략을 모색해보고자 합니다.
해양생물 보호를 위한 규제 체계 비교
한국과 일본 모두 해양생물 보호를 위한 다양한 규제 법령을 운영하고 있지만, 접근 방식과 실행 구조에는 차이가 있습니다. 먼저 한국은 해양수산부 주도로 해양환경관리법, 수산자원관리법, 해양생태계의 보전 및 관리에 관한 법률 등을 통해 해양생태계의 관리와 보호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특히 ‘해양보호생물’ 제도를 통해 멸종위기종 및 보호가 필요한 종을 지정하고 있으며, 이에 대한 포획, 유통, 서식지 훼손 등을 법적으로 금지하고 있습니다.
또한 해양보호구역 지정이 점차 확대되고 있으며, 국립공원관리공단과 연계하여 해양국립공원 내에서 서식하는 종에 대한 모니터링도 정기적으로 수행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아직까지 해양보호구역 면적은 전체 해양의 약 4% 수준으로 국제 기준에 비해 낮은 편이며, 민간 참여나 지역 공동체의 자율 관리가 부족하다는 점이 한계로 지적됩니다.
반면 일본은 해양 생물 보호에 있어 보다 ‘종 중심’의 접근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일본 환경성(環境省)은 ‘야생생물 보호 및 관리에 관한 기본계획’을 통해 특정 생물종을 중심으로 보호구역을 지정하며, 특히 해양조류, 해양포유류, 산호 등 특정 생물군에 대한 보호를 강화하고 있습니다. 또한 2005년 제정된 ‘해양기본법’을 통해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 간의 역할을 명확히 분담하여 정책의 효율성을 높였습니다.
일본은 법 집행력에서도 상대적으로 강력한 편입니다. 예를 들어, 포획 금지 종을 위반하여 잡거나 불법 어업을 한 경우, 벌금 외에도 어업 면허 박탈 등 강력한 행정처분이 이뤄지며, 이러한 법 집행은 해양생물 보호에 대한 경각심을 고취시키는 데 기여하고 있습니다. 요약하자면, 한국은 제도 기반을 점차 확장하고 있는 반면, 일본은 종 중심 보호 및 강력한 집행체계를 운영하고 있다는 차이가 있습니다.
어업 관행과 해양생물 보호 간의 갈등
해양생물 보호와 어업 활동은 종종 충돌하는 영역이며, 한국과 일본 모두 이 갈등을 해결하기 위한 다양한 전략을 모색 중입니다. 한국의 어업은 연안어업과 근해어업을 중심으로 운영되며, 수산자원 고갈 문제가 심각하게 대두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정부는 혼획 방지장치 설치 의무화, 금어기·금지구역 확대, TAC(Total Allowable Catch, 총허용어획량) 제도 확대 등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현장의 반응은 엇갈립니다. 어민들은 규제가 지나치게 많아 생계에 위협이 된다며 반발하기도 하고, 일부 지역에서는 여전히 불법어업이 성행하고 있습니다. 이로 인해 해양포유류, 대형어류, 희귀종의 혼획과 불법 포획이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으며, 정부는 드론 감시, 위성 추적, 해경과의 합동 단속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일본 역시 어업 규모가 크고 다양한 산업 어종을 보유하고 있지만, 이와 동시에 전통 어업 공동체의 자율 규제가 잘 운영되고 있다는 점에서 차별화됩니다. 일본은 각 지역 어업협동조합을 중심으로 특정 해역의 자원량 조사, 자율적 금어기 설정, 어구 사용 제한 등을 자발적으로 실천하고 있으며, 이는 정부 정책과 유기적으로 연계되어 높은 정책 수용성과 현장 실효성을 확보하고 있습니다.
또한 일본은 ‘혼획 저감 기술’에 대한 연구개발에도 적극적입니다. 예를 들어, 거북이 혼획을 줄이기 위한 원형 바늘 사용, 수중 음파 유도 기술, 빛을 이용한 회피 장치 등 다양한 기술이 실제 어선에 적용되고 있으며, 정부 차원에서 이를 장려하고 보조금도 지원하고 있습니다. 반면, 한국은 기술 적용보다 단속 중심의 대응에 집중하고 있어, 장기적인 어업 전환 전략이 다소 부족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습니다.
정책 프레임과 사회적 인식의 차이
한국과 일본의 해양생물 보호 정책은 그 배경과 프레임에서도 차이를 보입니다. 한국은 전통적으로 산업 중심의 수산정책에서 점차 환경 중심 정책으로 전환 중이며, 최근에는 ‘지속가능한 수산’이라는 개념이 정책 핵심으로 부상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수산자원관리계획, 어장환경조사, 해양생물 다양성 보전기본계획 등 환경과 자원 보전을 통합하는 시도가 진행 중입니다.
하지만 여전히 일부 정책은 어민 보호나 경제성 확보에 초점이 맞춰져 있으며, 해양생물 보호는 부차적인 문제로 여겨지는 경향도 있습니다. 이와 달리 일본은 ‘자연과의 공존’이라는 정책 철학이 강하게 반영되어 있으며, 시민사회와의 협력, 교육 기반 확산, 환경 NGO의 영향력 등이 높습니다. 특히 초등학교 교과과정에서 해양환경 교육이 필수적으로 포함되어 있고, 지역 축제나 캠페인에서도 해양생물 보호가 자주 다뤄지며, 이는 국민적 인식 향상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또한 일본은 ‘해양기본계획’을 5년 주기로 갱신하며, 정책의 지속성과 실행력을 확보하고 있습니다. 이 계획은 어업, 해양과학, 해양교육, 해양오염 관리 등 다양한 분야를 통합적으로 다루고 있으며, 부처 간 협력 체계도 안정적으로 구축되어 있습니다. 한국도 유사한 계획 수립은 하고 있지만, 실행력과 부처 간 협업 체계는 아직 미흡하다는 평가가 많습니다.
결과적으로 두 나라는 공통의 문제를 안고 있으나, 접근 방식, 실행 구조, 사회적 인식에서 차이를 보이고 있으며, 이는 해양생물 보호의 효과성에서도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앞으로 한국은 일본의 사례에서 배울 수 있는 점—자율 규제의 확산, 혼획 저감 기술 도입, 시민사회 연계 등을 참고하여 보다 포괄적인 정책을 수립할 필요가 있습니다.
한국과 일본은 해양을 둘러싼 공통된 환경적 도전을 공유하고 있으며, 양국이 함께 해양생물 보호를 위한 공동의 전략을 개발한다면 동북아 해양생태계 보전에 큰 기여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단순한 규제를 넘어서 과학적 기반, 지역 사회의 참여, 국제 협력까지 포함한 종합적 접근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지금이 바로, 인접 국가 간 해양보호 협력과 정책 혁신을 모색할 최적의 기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