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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중립과 해양보호 (온실가스, 해양생태계, 정책연계)

tkdgur110 2025. 7. 15. 17:48

탄소중립(Net Zero)은 21세기 인류가 직면한 가장 중요한 목표 중 하나이며, 단순히 육상 생태계에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라 해양 보호와도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습니다. 해양은 지구 전체 탄소의 약 30%를 흡수하는 거대한 탄소 흡수원(Carbon Sink)이며, 기후변화의 완화에 있어 필수적인 역할을 합니다. 그러나 온실가스 배출로 인해 해양의 온도와 화학적 구조가 변하면서 해양 생태계는 심각한 타격을 받고 있습니다. 탄소중립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해양 보호가 반드시 병행되어야 하며, 정책적 연계와 과학적 기반 위에 종합적인 접근이 요구됩니다. 이 글에서는 탄소중립과 해양보호 간의 상호작용, 해양생태계에 미치는 온실가스의 영향, 그리고 탄소중립을 해양정책과 어떻게 연결시킬 수 있는지를 심층적으로 살펴보겠습니다.

온실가스 배출과 해양에 미치는 영향

지구의 기온 상승은 대부분 인간 활동에서 비롯된 온실가스 배출 때문입니다. 이 중 이산화탄소(CO₂)는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며, 지구 대기에 머물며 온실 효과를 유발합니다. 흥미로운 점은 이러한 이산화탄소의 약 30%가 바다로 흡수된다는 점입니다. 이는 단기적으로는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 상승을 억제하는 긍정적인 역할을 하지만, 장기적으로는 해양 자체의 화학적 성질을 변화시켜 심각한 부작용을 초래합니다.

가장 대표적인 부작용은 ‘해양 산성화’입니다. 바다로 흡수된 이산화탄소는 물과 반응하여 탄산을 생성하며, 이는 바닷물의 pH를 낮추게 됩니다. 1750년 산업화 이전에 비해 현재 해양의 평균 pH는 약 0.1 감소하였으며, 이는 30% 이상의 산성 증가를 의미합니다. 이와 같은 pH 감소는 조개, 성게, 산호 등 석회질을 가진 해양생물에게 치명적인 영향을 미치며, 껍질 생성이 어려워지고 생존율이 급격히 낮아집니다.

또한 해수 온도의 상승 역시 중요한 문제입니다. 해양은 태양 에너지의 대부분을 흡수하고 있으며, 이로 인해 해수면 온도가 상승하고 있습니다. 높은 수온은 산호초의 백화현상을 유발하며, 어종의 서식지 변화, 산소 농도 감소 등 생태계 전반에 영향을 줍니다. 일부 해양 생물은 기존의 서식지에서 이탈하게 되며, 새로운 지역에서 생태계의 불균형을 초래할 수 있습니다.

해양의 탈산소화(Deoxygenation)도 점점 심각해지고 있습니다. 따뜻한 바닷물은 차가운 물보다 산소 용해도가 낮아, 온도가 상승할수록 해양에 녹아 있는 산소량이 감소합니다. 이에 따라 해양 저층 생물이나 이동 능력이 떨어지는 생물들은 서식지를 잃고 멸종 위기에 처하게 됩니다. 이러한 일련의 변화는 단순히 특정 종의 생존 문제가 아니라, 어업, 관광, 해양 바이오산업 등 인간의 경제 활동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칩니다.

탄소중립과 해양생태계 보전의 연계 전략

탄소중립은 단지 육상 중심의 탄소 감축 정책만으로는 달성될 수 없습니다. 해양은 지구 탄소순환에서 핵심적인 위치를 차지하기 때문에, 해양 중심의 탄소중립 전략이 반드시 수립되어야 합니다. 첫 번째 전략은 ‘블루카본(Blue Carbon)’ 생태계의 보전과 복원입니다. 블루카본이란 맹그로브, 해초(seagrass), 염습지(salt marsh) 등 해양식물이 흡수하고 저장하는 탄소를 의미합니다. 이들 생태계는 단위 면적당 탄소 흡수량이 열대우림보다 높고, 탄소를 수백 년간 안정적으로 저장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블루카본 생태계는 도시개발, 수질오염, 해안 침식 등으로 인해 전 세계적으로 빠르게 감소하고 있습니다. 이를 복원하기 위한 노력은 탄소중립에 크게 기여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인도네시아는 맹그로브 복원을 통해 연간 수십만 톤의 탄소 흡수를 실현하고 있으며, 국내에서도 전남, 충남 등의 해안 지역에서 해양식물 복원 사업이 추진되고 있습니다.

두 번째는 지속가능한 어업 및 해양활동을 통한 탄소 절감입니다. 대규모 트롤 어업이나 냉동 수산물 유통은 막대한 탄소를 배출합니다. 이에 따라 친환경 어업방식 전환, 지역 소비 기반의 해산물 공급망 구축, 어선의 연료 효율화 등이 중요하게 다뤄지고 있습니다. 해양운송 산업 역시 대기오염과 온실가스 배출의 주요 원인 중 하나로, 저탄소 선박 기술, 전기 선박, 수소 연료선 등으로의 전환이 세계적인 과제로 부상하고 있습니다.

세 번째는 ‘해양 보호구역(MPA)’의 확대를 통한 생태계 복원입니다. 해양보호구역은 단지 생물 보호만이 아니라, 생태계 기능 회복을 통해 탄소 흡수력을 증가시킬 수 있습니다. 특히 조류, 해초, 산호 등이 밀집된 지역은 대기 중 이산화탄소를 빠르게 흡수하며, 이를 지속적으로 저장할 수 있는 공간으로 기능합니다. 국제적으로는 2030년까지 전 세계 해양의 30%를 보호구역으로 지정하자는 ‘30x30’ 캠페인이 확산 중이며, 한국도 이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정책적 연계: 기후정책과 해양정책의 통합 필요성

현재 대부분의 국가에서 기후정책과 해양정책은 별개의 분야로 분리되어 운영되고 있으며, 이로 인해 정책 실행의 중복, 비효율, 협업 부재 등의 문제가 발생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탄소중립 달성을 위해서는 해양 정책이 기후정책과 통합적으로 설계되어야 하며, 그에 맞는 거버넌스와 예산 배정이 필요합니다.

먼저,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NDC, Nationally Determined Contributions)에 해양 부문을 명확히 포함해야 합니다. 해양 기반 탄소 흡수량을 산정하고, 이를 공식적인 탄소 감축 수단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제도적 정비가 필요합니다. 예를 들어, 블루카본 생태계 복원 사업을 탄소배출권(ETS) 시스템에 포함시키면, 기업과 민간의 참여를 유도할 수 있습니다.

두 번째는 해양과학 기반의 정책 설계입니다. 해양 생태계의 변화는 복잡하고 비선형적이기 때문에, 정확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정책 수립이 필수적입니다. 이를 위해 해양관측 시스템, 위성 감시, AI 기반 생태 모델링 등 최신 기술을 활용한 과학 기반 의사결정 체계가 마련되어야 합니다. 특히 해양 산성화, 산소량 감소, 어장 이동 등의 실시간 데이터를 수집하고 예측하는 시스템은 정책 실행의 타이밍을 결정짓는 핵심 도구가 됩니다.

세 번째는 정책의 통합 실행을 위한 조직 개편입니다. 많은 국가에서는 해양 부처와 환경 부처가 분리되어 있어 협업이 원활하지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 기후위기에 효과적으로 대응하려면 해양과 기후 관련 부처 간의 유기적인 협업 시스템이 필수입니다. 통합적 거버넌스 구조를 통해 해양 보호, 온실가스 감축, 생태 복원, 지속가능 어업 등을 하나의 전략 틀 안에서 종합적으로 추진할 수 있어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국제 협력이 핵심입니다. 해양은 국가 간 경계가 명확하지 않은 글로벌 공공재로, 단일 국가의 노력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습니다. 해양 탄소중립 정책은 국제적인 협력 틀 안에서 설계되고, 실행되어야 하며, 유엔 해양 관련 협약, IPCC 권고안, G20 해양환경 선언 등을 통해 공동의 기준과 책임을 강화해야 합니다.

탄소중립은 단지 온실가스를 줄이는 기술적 과제가 아닙니다. 그것은 인간이 자연과 조화를 이루며 살아가는 새로운 패러다임의 전환을 의미합니다. 해양은 이 전환의 중심에 있으며, 해양을 지키는 것은 곧 지구 전체를 지키는 일입니다. 블루카본 복원, 지속가능한 어업, 탄소중립형 해양 정책은 모두 연결되어 있으며, 이러한 연계를 강화하는 것이 우리가 가야 할 길입니다. 탄소중립을 해양정책의 중심에 둘 때, 우리는 기후위기와 생태위기를 동시에 극복할 수 있을 것입니다. 지금이 바로, 푸른 지구를 위한 행동을 시작해야 할 때입니다.